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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서의 책
기형도 기형도의 시는 암울한 세계관과 비의적인 언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환멸과 청년기의 절망과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주요 작품으로 등이 있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물들은 소리 없이 흐르다 굳고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길 위에..
기형도 기형도의 시는 암울한 세계관과 비의적인 언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환멸과 청년기의 절망과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주요 작품으로 등이 있다. 물 속의 사막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무정한 옥수수나무……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그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
기형도 기형도의 시는 암울한 세계관과 비의적인 언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환멸과 청년기의 절망과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주요 작품으로 등이 있다. 진눈깨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