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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시집리뷰] 기형도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김독서 2019. 3. 2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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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기형도의 시는 암울한 세계관과 

비의적인 언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환멸과 청년기의 절망과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작품으로 <입 속의 검은 잎> 등이 있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 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기형도 시집 <기형도 시전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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