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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기형도 - 진눈깨비

김독서 2018. 11. 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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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기형도




기형도의 시는 암울한 세계관과 

비의적인 언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환멸과 청년기의 절망과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작품으로 <입 속의 검은 잎> 등이 있다.










진눈깨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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