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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시집리뷰] 윤동주 - 트루게네프의 언덕

김독서 2019. 3.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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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윤동주

1917.12.30. ~ 1945.2.16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간 젊은 시인으로,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고민하는 철인이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은 그의 

얼마되지 않는 시 속에 반영되어 있다. 










트루게네프의 언덕




나는 고개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소년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럼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찢겨진 맨말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투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애들아' 불러 보았다.

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쨰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 우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뿐







윤동주 시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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