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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시집리뷰] 김경주 - 봉인된 선험

김독서 2019. 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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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



2000년 이후 등단한 시인 가운데

우리 현대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인 10명씩을

추천받은 결과 「김경주」 시인은

평론가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2004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경주 시인은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산문집<passport>,

<펄프 키드> 등을 냈다.










봉인된 선험





하나의 돌

물속에서 건져 올린 하나의 돌

돌 하나에 입혀진 무늬는

물의 환상이 다녀간 시간이다

하나의 돌이 물속에서 건져 올려지기 위해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꽃

꽃은 나무의 환영이다

나무가 그 환영을 보는 것은

꽃이 자신의 환영인 나무를 문득 알아볼때까지이다

서로의 환영을 바라보며 둘은 예감으로 말라간다



하나의 무늬

하나의 무늬가 물속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바람의 수련이 필요한가

바람 하나에 입혀진 무늬가

사람의 눈을 들어 올리고

바람이 들여다보고 간 시간이 물속에선

누런 그늘이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에선

잘린 손가락들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시간

만삭의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아른거리는

환영을 따라 날고 물이 져 나르는

그늘의 부력 안에서

배는 물의 무늬를 닮는다

배의 환영을 알아보고 등대는 문득 입김을 불고

바람의 장례를 치르는 관습은 음악이 되었다

행주가 상을 문지르듯 배가 쓰윽

들어오고 있다

하나의 개념이 최초의 시간에 정박한다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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