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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이병률 - 사람이 온다

김독서 2018. 12. 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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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이병률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MBC 라디오 '이소라의 FM 음악도시'

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2006년에는 「현대시학작품상

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문학동네 계열사

「달」 출판사 대표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끌림」, 

「바다는 잘 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눈사람 여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이 있다.










사람이 온다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 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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