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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시집리뷰] 김경주 - 저녁의 염전

김독서 2018. 11. 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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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김경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



2000년 이후 등단한 시인 가운데

우리 현대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인 10명씩을

추천받은 결과 「김경주」 시인은

평론가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2004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경주 시인은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산문집<passport>,

<펄프 키드> 등을 냈다.










저녁의 염전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 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의 쇄골이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닷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 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천 년을 물속으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들을 본다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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