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서의 책

[시집리뷰] 보들레르 - 독자에게 본문

시집리뷰

[시집리뷰] 보들레르 - 독자에게

김독서 2018. 10. 26. 18:13
반응형



보들레르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Charles Pierre Baudelaire]





"내 인생은 처음부터 저주받았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운명은 평생 계속되었지요." 

시인은 이렇게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프랑스, 파리의 우울, 악의 꽃, 금치산, 댄디즘. 시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19세에 이미 현대성을 획득한 이 천재 시인은 

자신의 태생을 '저주'라는 무서운 단어와 결부시켰다.



보들레르는 1821년 4월9일 아버지 프랑수아 보들레르와 

어머니 카롤린느 드파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 

환갑의 나이에 젊은 여인과 결혼한 그의 아버지는 

환속한 사제 출신으로 당대 자유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대단히 지적이고 특이한 인물이었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고,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다. 

보들레르가 훗날 미술에 관한 비평과 스케치를 한 연유를 그의 핏줄에서 찾아볼 만하다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과 인색에

정신은 얽매이고 몸은 들볶이니,

우리는 친숙한 뉘우침만 키운다,

거지들이 몸에 이를 기르듯.



우리의 죄는 끈질긴데 후회는 느슨하다;

우리는 참회의 값을 톡톡히 받고

가뿐하게 진창길로 되돌아온다,

비열한 눈물에 때가 말끔히 씻긴다고 믿으며.



악의 베갯머리엔 「사탄 트리스메지스트」,

홀린 우리 넋을 슬슬 흔들어 재우니,

의지라는 우리의 귀금속도

이 능숙한 화학자 손엔 모조리 증발한다.



우리를 조종하는 줄을 쥐고 있는 건 저 「악마」!

우리는 역겨운 것에 마음이 끌려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 걸음씩 내려간다,

겁도 없이 악취 풍기는 어둠을 지나.



늙은 갈보의 학대받은 젖퉁이를

핥고 물어뜯는 가난한 난봉꾼처럼

남몰래 맛보는 쾌락 어디서나 훔쳐

말라빠진 귤인 양 죽어라 쥐어짠다.



우리 머릿골 속에선 수백만 기생충처럼

「마귀」떼가 빽빽이 우글거리며 흥청대고,

숨쉬면 「죽음」이 숨죽인 신음 소리 내며

보이지 않는 강물 되어 허파 속으로 흘러내린다.



강간과 독약이, 비수와 방화가

비참한 우리 운명의 초라한 캔버스를

그들의 짓궂은 구상으로 아직 수놓지 않았다면,

아! 그건 우리의 넋이 그만큼 대담하지 못하기 때문!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물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 ―내 형제여!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中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