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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리뷰

<심금> 르네 마그리트

김독서 2018. 10. 1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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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





<심금>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이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는 캔버스에 등장하는 사물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캔버스에 등장하는 대상은 유리잔과 구름, 그리고 산과 강이 있는 풍경이다. 이 모든 요소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느끼며,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이와 같이 조합되는 순간, 각 사물이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어 당혹감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구름이 얹혀진 유리잔은 현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일종의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소인국 풍경에 등장한 거인국 사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작품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는 유리잔의 크기와는 상관없다. 구름만한 유리잔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리잔이 있어야 할 그 장소가 구름의 밑이기 때문에 당혹감이 느껴진다. 그러기에 익숙했던 유리잔이 정말 유리잔일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낯설다. 




이처럼 어떤 사물을 본래의 위치에서 떼어내 다른 맥락이나 상황에 놓아 충격 효과를 내는 것을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이라고 한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인 시인 로트레아몽이 “재봉틀과 우산이 병원 해부대 위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는 ‘낯설게 하기’가 가지는 심리적 요동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준다. 즉 낯익은 재봉틀이나 우산이 병원 해부대에 놓여있는 상황도 실제 가능하긴 하지만 막상 그것이 그 위에 놓여 있을 때 얼마나 황당함을 느끼겠는가? 마찬가지로 <심금>의 유리잔이 부엌이나 식당의 테이블 혹은 식기를 모아두는 장소가 아닌 평온한 전원의 구름 밑에서 발견되었을 때 누구나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이때 초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관람객의 무의식이 자극 받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금 [La corde sensible] - 르네 마그리트 (ADAGP Banque d'Image, 지엔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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