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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리뷰] 김경주 -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김독서 2018. 11. 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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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



2000년 이후 등단한 시인 가운데

우리 현대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인 10명씩을

추천받은 결과 「김경주」 시인은

평론가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2004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경주 시인은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산문집<passport>,

<펄프 키드> 등을 냈다.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니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한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 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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